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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으로

조선왕들의 생로병사




조선왕들의 생로병사

강영민 지음, 이가출판사

: 역대 27대 왕들의 생로병사를 통해 조선을 바라본다


조선왕들의 삶과 죽음을 추적하는 재밌는 책이다. 조선왕조실록이 있어서 가능한 일이었지만, 글쓴이만 해낸 일이다. 글쓴이가 의사여서 가능한 일이었을까? 많은 의사가 있지만, 조선왕들에 대해 관심을 가진 사람은 드물다. 조선왕조실록과 글쓴이가 좋은 책이 나올수 있었으리라.


책 제목 그대로 27명의 조선시대 왕들의 삶과 죽음을 연구한 책이다. 그리고 왕들의 병이나 증상에 대해서 현대 의학으로 치료 가능한 방법을 설명해준다.


이름도 낯선 왕들이 있었다는 사실에 놀라고, 왕이라는 자리가 부러운 자리만은 아니라는 느낌에 놀란다. 천수를 누리고 떠난 왕이 영조 한 명 뿐인 듯하다. 모든 왕들이 아프고, 탈나고, 병과 함께 살아간다. 병 때문에 힘들었는지, 힘들어서 병이 났는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매우 힘든 날들이었으리라.


조선시대 최고의 왕으로 여겨지는 세종대왕을 예로 들어보자.

소상과 대상만도 27개월 동안 이어졌다. 술과 고기, 기름진 음식을 멀리하면서 탈상 12차례의 제사에 일일이 참여하다 보니, 나이 20대 후반임에도 불구하고 건강했던 세종의 심신은 극도로 피폐해지기 시작했다.

- 47쪽


세종은 세종 7년(1425) 29세 때 이미 두통과 이질을 여러 날 동안 앓았고 얼굴색이 파리하고 검게 변해 병이 심해지기도 했다.

- 49쪽


그 당시 세종은 정신적 과로 때문에 생긴 담병에 시달렸다. 그 주된 증상은 두통과 이질로 병세가 매우 위중했을 것이다.


세종이 35세가 되던 세종 13년(1431) 8월에는 문신 김종서에게 자신의 풍병에 대한 증상을 언급한 적이 있다.


세종은 소갈증도 앓고 있었는데 이미 35세 때 그에 따른 조치가 취해지기도 했다.


... 또 등창으로 오래 고통을 받았다.

- 50쪽


또 소갈증이 있은 지 열 서너해가 되어 하루에 마시는 물만 해도 몇 동이가 될 정도였다 ... 지난해 여름에 또 임질을 앓아 오래 정사를 보지 못하다가 가을 겨울에 이르러 조금 나았다.


또한 세종은 각기병으로 다리가 붓고 관절이 아파 제대로 걷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 51쪽


세종은 임질 외에도 안질에 오래 시달리게 되면서 나중에는 옆에 않은 사람조차 알아볼 수 없을 정도였다.

- 52쪽


세종이 앓았던 병들을 합치면,  걸어다니는 종합병원이라는 별명이 어울리지 않았을까? 대부분의 왕들이 소화불량, 종기 등으로 고생했다고 한다. 요즘 세상에는 사라지거나 치료가 가능한 병들인데.

왕이라고 해서 팔자나 신수가 좋았던 것은 아닌가 보다.


이 책에 관심을 가진 이유는 왕들의 식사때문에 병이 발생한다는 이야기를 접하고서, 궁금증을 풀기 위해서다. 이 책에서는 왕들이 어떤 식사를 했는지가 자세히 나오지 않아 아쉽다. 세종대왕이나 기타 다른 왕들의 사례를 보면 먹는 것과 과도한 정치적 스트레스와 업무때문에 병이 나고 죽음에 이르지 않았을까 하는 추측을 해본다.


왕의 죽음을 설명하는 대목에서 같은 나이에 죽은 사람들을 비교해 놓은 것은 재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과 함께 사족이라 생각한다. 




삶이란 단어 자체가 요철이 심한 생활 가운데 결국은 죽음까지 가는 과정을 요약해서 만든 말이다. 세파에 시달리면서 익을 대로 익어야만 성숙한 인간이 되고, 용광로를 여러 번 거친 쇠만이 철강이 된다. 사람도 이리저리 굴려야만 진정한 사람이 된다. 그러므로 병에 걸리지 않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작은 병에 걸렸을 때 그것을 이겨내고 다시 그 힘으로 더 큰 병을 예방할 줄 아는 의학적 성숙함이 필요하다.

머리말에서


이극(李克)은 관습적으로만 일을 결정하던 시대에 새로운 법률을 문장으로 만들어, 중국 역사상 최초 성문법의 법치주의를 만든 선구자이다. 이런 이극에게 위라나 문후가 재상을 뽑기 위해 고민하며 자문을 구하자, 사람을 감별하는 다섯 가지 방법을 내놓았다.

첫째, 불우했을 때 어떤 사람과 친하게 지냈는가.

둘째, 부유했을 때 누구에게 나누어 주었는가.

셋째, 높은 지위에 있을 때 어떤 사람을 등용했는가.

넷째, 궁지에 몰렸을 때 올바르지 못한 일을 하지 않았는가.

다섯째, 가난했을 때 탐하지 않았는가.

- 31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