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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으로

장자, 차이를 횡단하는 즐거운 모험




강신주라는 사람의 새로운 장자 이야기인 "장자, 차이를 횡단하는 즐거운 모험"을 봤다.


실망이 크다.


실망의 가장 큰 원인은 강신주 본인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장자"를 빌려서 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자신의 이야기를 위해서 장자뿐 아니라 서양의 철학자들을 마구잡이로 빌려왔다.


현학적이다.




칸트, 비트겐슈타인, 데카르트, 레비나스, 부르디외, 스피노자, 들뢰즈, 니체, 라캉, 알튀세르, 헤겔


인용한 철학자들 목록으로 보아, 글쓴이 강신주는 엄청난 독서와 공부를 했음에 틀림없다. 강신주 자신만의 이야기는 없다. 프롤로그와 에필로그가 장자와 어울리는 강신주 본인의 이야기로 보인다.


115 쪽에서 [수영을 배우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는데, 이상한 곳으로 빠지고 만다. 수영을 설명하려면 헤엄과 다른 점을 찾아야 한다. 내가 아는 범위에서 헤엄은 머리를 물위로 내놓고 하는 것이라면, 수영은 머리를 물 속에 넣고 하는 것이다. 헤엄은 물 위에서 머리를 내놓아 물을 극복하려는 행위라면, 수영은 물과 어울려 친화되는 행위이다.


강신주는 이 부분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쓰고 있다.

흔히 물을 두려워하는 우리는 물이 빨아들이면 그것에 저항하고 반대로 물이 밀어내면 또한 그것에 저항한다. 그것은 우리가 이미 너무도 익숙하게 땅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 117


사 실은 그렇지 않다. 익숙하게 땅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 아니고, 물과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 몸의 70%가 물로 이루어져 있지만, 삶의 근본적인 행위에는 호흡에 있다. 물은 호흡을 막기 때문에 본능적으로 물에 저항하는 것이다. 사람은 물의 깊이가 자신의 키가 아닌 바로 코밑에 차면 당황한다. 코구멍을 넘어서는 깊이는 숨을 쉴수 없는 깊이다. 강신주는 자신의 주장을 위해서 사실 관계를 왜곡하고 있다.


강신주는 장자의 여러 꼭지들을 이용해서 타자, 낯섬, 소통을 이야기 한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조삼모사"이다. (140쪽)

강신주는 왜 "원숭이들이 조삼에 분노했는지"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여러가지 가능성이 있다.

만약 "조사모삼"을 했다면 원숭이들이 만족했을까?

"조사모사"나 "조삼모삼"을 제시했다면?

아마도 원숭이 마음대로 만족하거나 분노했을 것이다.


첫번째 쟁점은 타자성의 예측불가능성에 관한 것이다. ... 두번째 쟁점은 주체가 겪는 마음의 변화 과정에 관련된 것이다. - 142

예 측할 수 없는 타자의 반응은 우리로 하여금 불가피한 판단중지의 상태에 놓이도록 만든다. 판단중지의 상태가 중요한 이유는 저공의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우리가 타자의 목소리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는 마음 상태를 확보할 수 있도록 해주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자신이 옳다는 판단을 중지해야만 우리는 타자의 움직임에 맞게 자신을 조율하는 섬세한 마음을 회복할 수 있다. - 143


쉬운 이야기를 어렵게 쓰고 있다. 대부분의 포유류들은 뇌에 공감하는 미러 뉴런을 가지고 있다. 상대나 대상이 겪는 정서와 감성을 머리속에서 자신의 일처럼 느끼는 뉴런이다. 강신주는 어려운 주장을 통해서 "논리적인" 소통의 가능성을 이야기 하지만, 그런 것은 존재한 적도 존재할리도 없다. 우리는 먼저 느끼고 감정을 가진 상태에서 우리가 느꼈던 느낌과 감성을 "합리적이고 논리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애쓴다. 그래서 말과 글이 어려워진다.





소통이란 여우와 두루미 이솝우화가 어울린다. 공감하지 못하면 소통할 수가 없다. 이솝우화가 강신주나 강신주가 설명하는 장자보다 백배 낫다.


참 어렵게 쓴 책이다.

글쓴이 스스로 형이상학에 대해서 이야기 했지만, 왜 스스로가 형이상학으로 빠졌는지 모르겠다. 글쓴이는 자신의 이야기를 자신만의 글로 풀어쓰지 못한다면, 이런 책은 내놓지 않길 바란다.


아님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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