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 때려라
: 뇌가 휴식하고 재정비하는 바로 그 시간
신동원, 센추리원
"머리는 비울수록 똑똑해지고, 생각은 버릴수록 채워진다"
제목이 가슴에 꽂혀 선택한 책이다. 기대 이상으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어 좋았다.
멍하니 한 곳을 바라보거나 허공을 응시하거나 바쁘게 움직이지 않는 사람들에게 "멍 때리지 말라"고 하듯이, "멍 때리기"는 사회적으로 매우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된다. 그런데 과감하게 사람은 "멍 때려야" 한다고 주장했으니, 끌릴 만도 하다.
지은이는 왜 멍때려야 하는지에 대한 자신의 주장과 의견을 프롤로그에 함축하여 정리했다.
머리는 비울수록 똑똑해지고, 생각은 버릴수록 채워진다. 멍 때리는 시간이야 말로 우리의 두뇌를 깨우고 명쾌하게 만드는 가장 좋은 방법이며, 기계가 아닌 사람에 대한 관심이야말로 우리 삶을 따뜻하고 풍요롭게 만드는 지름길이다.
지금 당장, 당신의 삶에 멍 때리는 시간을 허락하라.
- 7쪽
인용한 문장에서도 느낄 수 있지 지은이의 문장은 군더더기가 없이 간결하다. 그렇다고 건조하지 않고 문장에 감성이 흐르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어쩌면 딱딱해질 수도 있고 너무 전문적인 이야기로 빠질 수도 있는데, 전문성과 간결함, 부드러움을 다 이룬 문장이라 여긴다. 책을 읽는 내내 참으로 부러웠다.
먼저, 스마트폰 열풍과 정보의 바다라는 인터넷에서 사람들이 몰두하는지에 대한 진단을 들어보자.
아웃사이더라는 두려움, 비웃음에 대한 두려움, 창피함에 대한 두려움, 평가에 대한 두려움, 평판에 대한 두려움은 모두 '소외에 대한 두려움'이라고 말할 수 있다. 고립과 뒤처짐에 대한 불안감은 인간에게 소통을 갈망하게 한다.
문제는 사람들이 이러한 두려움을 정보의 폭포 아래서 해결하려 든다는 데 있다. 더 빨리 더 많은 정보를 주고받으면 그 두려움이 해소된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 29쪽
너무나 명쾌한 진단과 분석이다. 하루 종일 인터넷과 스마트폰으로 무엇인가를 계속해서 찾고 검색하고, 주고 받는 행위에는 "두려움"이 자리잡고 있을 것이다.
지은이는 공감 능력과 자폐를 연관시켜서 하나로써 설명한다.
그런데 두뇌 기능에 문제가 생기면 다른 사람의 감정을 느낄 수가 없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자폐 증상이다.
- 49쪽
자폐 증상을 자세히 설명한 이유는 최근 우리나라에 공감능력 결여라는 감정장애, 다시 말해서 후천성 자폐환자들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
상황이 이렇다 보니 상대보다 자신의 기분을 우선시하게 된다. 잘못의 원인도 자신이 아닌 상대한테서 찾는다. 상대의 감정을 읽을 수 없으니 감정적 공감은 커녕 짜증만 날 뿐이다.
- 51~52쪽
다른 사람의 감정을 잘 이해하고 공감하기를 원한다면 자신의 감정을 파악하는 게 우선이다. 내가 왜 화가 났는지, 어떻게 문제를 해결할 것인지, 무엇을 잘하고 잘못했는지 알아야만 상대의 감정도 읽을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두 번째 공감능력인 인지적 측명의 공감능력을 길러야 한다.
- 52쪽
최근들어 공감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을 자주 대하게 되었다. 지은이가 말한 것처럼, 그들은 모든 잘못을 남에게 돌린다. 자신이 잘못할 수 있는 가능성은 전혀 없고, 일이 왜 그렇게 되었는지 합리적으로 설명하면서 화까지 내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감정 문맹자'라는 글은 감동적이다.
상대가 당신을 진심으로 이해해주기를 바라는가? 그렇다면 먼저 상대를 이해해주라. 상대가 당신의 이야기를 들어주길 바라는가? 그렇다면 먼저 상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주라. 대화를 나눌 때는 이성과 논리를 앞세우기보다 상대의 감정을 먼저 읽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 모두는 주목받고 싶어 하는 불완전한 존재일 뿐이다. 그러므로 귀한 대접을 받고 싶은 만큼 상대도 귀하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사람의 마음을 열고 세상의 문을 여는 핵심 키워드다.
- 65쪽
테크놀로지리뷰에서 발표한 기술별 도입 속도를 보면 참 스마트폰이 대단하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그 표 밑에 있는 지은이의 말은 더 대단하다.
기술의 발전으로 세상은 광속으로 변하고 있지만 그 본질은 크게 다르지 않다. 도구가 아무리 발전해도 디바이스의 중심에는 언제나 사람이 있다. 과거 사람의 입과 편지, 전보로 전달되던 커뮤니케이션이 문자 메시지, 컴퓨터 메신저, 블로그, 트위터, 페이스북 등 새로운 도구로 확장되었을 뿐이다. 아무리 기술이 발전해도 커뮤니케이션의 본질은 변하지 않으며, SNS 역시 소통을 위한 도구에 불과하다는 이야기다. 이것이 바로 새로운 도구를 사용함에 앞서 이를 이용하는 주체 즉, 사람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이유다.
- 67~68쪽
스티브 잡스가 이야기한 "인문학과 기술"을 좀 더 쉽게 잘 설명해준다. 도구나 수단보다는 본질에 충실해야 한다. 지은이의 글처럼 "접속"이 아니라 "접촉"이 필요한데, 사람들은 본질은 쏙 빼고 기술만을 이야기한다.
SBS에서 하는 '짝' 이라는 프로그램을 하기 전에 연습삼아 나왔던 다큐가 있다.
"완장"
사람들이 제한된 곳에서 완장을 차게 되면 어떻게 달라지는가를 찍은 프로그램인데, 계속해서 정식 프로그램으로 가지 못하고 비슷한 형식의 '짝'으로 바뀐 듯 하다. 지은이는 '완장'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도 설명해준다.
누구나 완장을 차게 되면 모든 상황을 자신이 원하는 대로 이끌기 위한 선택권이나 주도권에 대한 욕심이 생긴다. 따라서 이들에게 문제의 원인은 '내'가 아닌 '남'이 되고 만다. 상대만 변하면 모든 것이 해결되리라는 믿을 갖게 되면, 남의 말을 잘 듣지 않는다. 자신이 잘못한 게 아니므로 상대의 의견을 수용할 필요가 없다는 논리다.
- 72쪽
책에 대한 블로그를 운영할 정도로 책을 매우 좋아한다. 지은이가 말하는 책이 가진 네 가진 힘을 들어보자.(122쪽)
첫째, 책은 정보의 우선순위를 제공해준다.
둘째, 쓸모없는 정보를 미리 걸러준다.
셋째, 정제된 좋은 지식이 가득하다.
넷째, 독자의 관심사 혹은 지식의 수준에 따라 취사선택이 가능하다.
신문이나 뉴스를 통해서 소개된 적이 있을 법한 실리콘밸리 한가운데 '페닌슐라발도르프학교'에 대한 소개도 있다. 물론 이 학교 학생들의 학부모는 대부분 명문대학 출신이다.
그런데 신가하게도 이 학교에는 컴퓨터가 한 대도 없다고 한다. 이 학교의 아이들은 최첨단 통신망 대신 분필 가루가 날리는 교실에서 찰흙과 나무블록으로 미술과 산수를 배운다. 궁금한 게 있으면 검색이 아닌 브리태니커백과사전을 펴들고 정보를 찾는다.
IT 전장의 한복판이라고 불리는 실리콘밸리에서 아날로그적인 방식으로 지혜를 배우는 아이들 중 무려 96퍼센트가 부모와 같음 명문대학에 진학한다.
- 128쪽
사람들은 습관을 의지의 문제라고 말하길 좋아한다. 이에 대해 좋은 의견을 제시해준다.
흔히들 "습관은 의지의 문제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행동이 변했다는 것은 단순하게 의지가 강하기 때문이 아니라 새로운 시냅스가 생성되어 두뇌 구조가 바뀌었다는 뜻이다. 인간이 자신의 습관을 통제하기 어려운 이유는 무의식에 가까운 비언어적 기억, 비선언적 기억에 저장된 경우가 많아서다. 그래서 강제적 습관으로 뇌를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
"천릿길도 한 걸음부터"라고 했다. 가느다란 실이 한 가닥씩 더해져 굵은 밧줄이 되듯 꾸준한 노력으로 반복된 학습만이 우리의 습관과 행동을 변화시킨다. 행복한 표정으로 성취감을 맛보는 자신을 발견하고 싶다면 지금부터라도 새로운 시냅스를 형성하는 데 힘을 기울여라.
- 168~169쪽
사회성을 개선하는 여섯 가지 방법(243쪽)
첫째, 사회적 단서에 주목하라.
둘째, 사회적 단서를 해석하라.
셋째, 사회적 목적을 설정하라.
넷째, 문제해결 방식을 생각하라.
다섯째, 방식의 효율성을 평가하라.
여섯째, 실행에 옮겨라.
"멍 때려라" 이 책은 도서관에 신청해서 오래 기다렸고, 이제 반납을 해야 한다. 아직 더 읽고 싶은데 아쉽다. 이제 도서관을 떠나서 다시 구매를 해야 하나 고민된다. 이 책은 구매를 하고 지은이 싸인을 받아볼까 생각 중이다. 싸인을 못 받더라도..
스마트폰에 갈수록 빠져들고 있고, 사람들과의 관계가 서먹서먹하다면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보고, 깊게 얻을 수 있는 책이라 생각한다. 많이들 보시고 멍 때리시길.
머릿속에 잡념이 가득하면,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판단 자체가 불가능하다. 긍정적이고 건설적인 생각을 잘하는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잡념의 고리를 끊고 머리를 잘 비우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초등학교 시절부터 지식과 정보를 주입하는 방법만 배운 아이들은 머리를 비우는 방법을 알지 못한다. 지금까지 채우는 방법만 배웠을 뿐 단 한 번도 비우는 방법을 배운 적이 없다.
- 23쪽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어린 시절부터 사람과 접촉하지 못하고 소통하지 못한 아이들은 대인관계 신경회로가 제대로 발달하지 못한다. 한 마디로 현실에 무감각해지는 뇌가 된다. 솔직히 나는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관계능력이 세계 최하위에 머문 이유가, 이러한 사회적 현상과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 24쪽
이것이 바로 상규 씨가 남들이 부러워하는 직장생활을 하지 못하는 이유이자 소통과 타협, 협상 등이 중시되는 현대사회에서 쉽게 도태된 원인이다. 결국 상규 씨는 27년 동안 3평 방 안에서 잣니이 쌓아올린 성에 스스로 갇혀버린 것이다. 본인 스스로 벽을 부수고 나오지 않는 이상, 현실에서 점점 멀어진 그의 인생은 고립될 수 밖에 없다.
- 31쪽
의사표현을 하지 못하는 아기에게 엄마와의 소통은 생존을 위한 필수조건이다. 이것이 바로 인간이 걷기도 전에 타인의 감정을 읽는 이유다.
- 36쪽
흔히들 인간은 이성과 논리에 근거해 판단, 결정, 행동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와 정반대다. 인간은 이성이 아닌 감정에 좌우되는 동물이다. 그래서 논리를 바탕으로 한 이성과 근거를 바탕으로 한 지성에 호소해봤자 헛수고일 확률이 높다. 상대에게 원하는 게 있다면 차라리 감성에 호소하는 것이 더 나은 방법이다.
- 59쪽
대부분의 사람들은 높은 자리에 올라갈수록 자신의 의견에 이의를 다는 사람이 줄어드는 경험을 한다. 이때 어떤 사람들은 워낙 자신의 능력이 출중해서 반대 의견이 없는 거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그저 윗사람의 권위에 눌려 자유롭게 발언하기가 어려운 것뿐이다. 그야말로 착각은 자유인 셈이다.
문제는 지난친 착각이 사람을 외톨이를 만든다는 데 있다. 자신의 능력을 믿는 사람들은 갈수록 아랫사람의 의견을 무시하고 안하무인이 된다. 청춘을 바쳐 얻은 왕좌의 대가를 마음껏 누리고 싶기 때문이다.
- 2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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