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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으로

인간의 이름으로 다시 쓰는 경영학





인간의 이름으로 다시 쓰는 경영학

: 인간은 자원이 아니다


최동석, 21세기북스


"인간의 이름", "다시 쓰는 경영학"에 끌려서 설 연휴 내내 읽었다. 실망이 가득하다.


글쓴이는 경영(經營)이란 말이 가지는 이중적인 뜻을 모르고 접근하고 있다. 보통 경영 또는 경영학이란 책에 나온 것처럼 20세기 이후에 미국에서 발생한 Business Management 또는  Management의 번역이다. 보통 사용하는  경영(經營) 이라는 말은 동양적으로 국가나 큰 조직을 이끄는 계획이나 구상과 관리를 뜻하는 의미가 강한다. Management는 보통 관리의 의미가 강한데, 경영(經營)이라 단어로 뜻을 굳힌 듯 한데, 아마도 일본에서 먼저 단어를 들여와서 윤색하지 않았나 싶다(근거가 미약하다).


글쓴이의 주장처럼 기업에서 경영은 Management다. 관리(Management)는 계획과 구상보다는 현재 상태를 점검하고 확인하는 성격이 강하다. 미국에서 들불처럼 번졌다는 경영학이 영혼이 없는 숫자와 관계가 깊은 것은 동양적인 경영(經營)보다는 Management가 본질이기 때문이다. 경영(經營)에 대한 동서양의 차이, 그리고 의미(뉘앙스)가 갖는 사회적인 차이에 대해서 구분하지 않고 뒤섞어서 "이렇다"라고 이야기한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한계라고 생각한다.


오늘날 기업이나 비즈니스 종사자들이 흔히 쓰는 '경영(經營)'이란 말은 《시경(詩經)》에서 비롯되고, 《맹자(孟子)》에도 나오는 말이다.


이는 '경지영지(經之營之)'의 준말로 "처음에 영대를 짓기 시작함에 그것을 계획하고 지었으니, 뭇 백성들이 공력을 들여 하루도 못 되어 그것을 만들었네. (문왕이) 지음에 빨리하지 말라고 하였으나 뭇 백성들의 자식이 (아버지 돕듯 달려)왔도다.(經始靈臺, 經之營之, 庶民成之, 經始勿亟, 庶民子來.)"라는 구절에서 나왔다.


이는 결국 '계획하고 짓는 것'이 경영이며, 경영을 하게 되면 일을 효율적으로 이룰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 이 글은 김원중의 《경영사서(經營四書)》를 참고했습니다.

[출처] '경영(經營)'이란 말의 어원| http://ksc12545.blog.me/150173135305 인용


두번째로 이 책이 경영학 책인지, 기독교 철학에 관한 책인지, 현대 철학 책인지, 철학사 책인지 모호하다. 많은 근거를 확보하기 위해서 아우구스티누스부터 지젤, 라캉까지 가져왔지만, 꿔다 놓은 보릿자루라는 느낌이다. 


세번째로, 글쓴이는 "인간이란 영혼을 가지고 있다"는 주장을 하면서, "인간만이 영혼을 가지는 생명체"라고 주장한다. 인간을 제외한 다른 생명체가 영혼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증명은 여지껏 나온 적은 없다. 물론 인간이 영혼을 가지고 있다는 증명도 없다. 왜 이런 무모한 주장을 하고 있을까?

그러나 인간은 어떤가? 동물적 본능의 생물학적 프로그램에도 불구하고, 그 테두리를 벗어나 미지의 세계, 초월적 세계, 이상의 세계로 나아갈 수 있다. 짐승과 인간의 차이가 바로 이것이다. 이 차이를 가능케 하는 것이 바로 내면의 깊은 곳에서 솟아오르는 영혼의 울림이다. 인간에게 진정한 의미의 생명이란 바로 영혼의 능력이 맘껏 발현되는 상태를 말한다.

-  19쪽


내 생각에는 글쓴이가 자신이 내세우는 새로운 경영학이 "인간의 이름"이기 때문에 기존 경영학과 차별성을 주기 위해 무리한 시도를 했다는 판단과 글쓴이가 자세히 밝히지 않았지만 책에서 묻어나는 크리스찬이라는 종교적인 편향이라고 생각한다.


영혼에 관한 나의 견해는 이렇다. 나는 영혼이라는 말이 인간의 정신과 마음 또는 의식 상태를 조절하고 통제하는 힘(역동적인 에너지)을 나태는 개념이라고 생각한다. 영혼은 반성적 성찰을 할 수 있는 초인지meta-cognition, 앞으로 논의하게 될 지향성intentionality등과 같은 긍정적이고 생산적인 (육체와 정신이 통일되어 있는) 마음의 상태를 생성, 유지시켜 주는, 인간에게만 고유한 고도의 정신 능력이라고 본다.

- 155쪽



네번째로, 글쓴이의 경험에 한계가 보인다.

이 모든 과정은 내 인생에서 매우 소중한 경험이었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2013년 현재 나는 시스템이론가로서 그동안 했던 모든 노력이 거의 성공하지 못했음을 고백할 수밖에 없다. 구조와 시스템을 바꿨지만, 그 구조와 시스템의 취지대로 조직이 바뀌는 것을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 24쪽

모든 노력이 거의 성공하지 못했다. 성공하지 못한 글쓴이의 방법론을 따라야 할까? 성공하지 못한 것인가? 실패한 것인가?

성공하지 못했다는 책임에서 벗어나는 뉘앙스가 있지만, 실패했다는 책임과 함께 반성했다는 현실의 출발점을 가진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글쓴이가 이야기하는 안 좋은 회사나 경영자의 표본이라고 질타받는 현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경영자 "이건희", "정몽구" 같은 사람들은 영혼을 짓밟는 사람들인데, 이 사람들이 경영하는 회사에 다들 못 들어가서 안달일까? 반대로 글쓴이의 이론과 방법론이 정말 좋다면, 당연히 규모와 상관없이 원칙과 본질에 충실하고 영혼을 일깨우고 서로가 서로를 위하는 회사를 글쓴이가 운영하며, 많은 사람들이 그 회사에 들어가기 위해 줄서야 하지 않을까?


네번째로, 철학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가에 대해 궁금하다.

철학은 질문하는 학문이고, 심리학은 응답하는 학문이다. 철학은 이 세계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사유하지 않을 수 없다.

- 10쪽

왜 철학은 질문하는 학문인가? 이 세계에 대한 문제의식이란 무엇인가? 철학이 아직까지도 어렵거나 학문위의 학문으로 굴림한 것은 철학이었기 때문이 아니라, 철학을 하는 사람들이 지배권력이었고 어려운 논리를 생각할 여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전히 철학은 자신들이 무엇을 알고 있는가에 대해 말하지 못한다. 

그렇다면 인간은 어떤가? 인간의 존재 목적은 무엇인가? 도대체 인간은 누구의 부르심을 기다리고 있는가? 소크라테스 이후 수많은 철학자가 이것을 사유해 왔지만, 결국은 인간의 존재 목적에 대해 모른다는 것이 솔직한 대답이었다.

- 140쪽

글쓴이는 아우구스티누스와 테일러를 심리학적으로 동일한 사람으로 연결한다. 그 두사람이 교회와 기업에 이데올로기를 제공하고, 영향력을 미쳤다는 점은 사실일 수 있으나, 그들이 심리학적으로 성적 쾌락에 관한 죄의식이나 항문기적 강박관념으로 연결하는 것은 매우 무리한 주장이며 입증하기도 어렵다. 그냥 읽고 지나가는 수준의 이야기는 될지 모르지만, 새로운 학문을 연다는 책에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


다섯번째, 마음에 대한 이야기는 무슨 말인지 ...

경영을 위한 마음 이해의 네 가지 전제

1. 인간은 자신의 마음을 선한 방향으로 통제할 수 있다.

2. 인간의 마음은 자신이 원하는 데로 가게 하는 내비게이션과 같다.

3. 인간의 행동에는 긍정적인 의도가 숨어 있다.

4. 인간은 자신이 직면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 184 ~ 185쪽

인간이 마음을 선향 방향으로 통제한다는 의미는 평소에 나쁜 방향이라는 의미인가? 그러면 선과 악의 기준은 무엇인가? 보통 나쁜 결과를 가져오는 인간의 행동은 마음이 나쁜 것인가? 영혼이 불량한 것인가?

인간의 행동에는 긍정적인 의도가 숨어 있다라고 하면, 어떤 살인자가 살인을 할 때도 긍정적인 의도가 있다는 의미인가? 망언을 일삼는 아베도 긍정적인 의도가 있다고 할 것인지?

섣부른 일반화는 하지 말아야 한다. 인간이란 선한 존재라는 정의를 하고, 인간의 마음이나 행동을 설명하다 보니 온갖 반대의 의견에 부딪칠 수 밖에 없다. 그냥 인간은 인간이고 약한 생명이고, 그 생명도 무한히 유지될 수 없는 불쌍한 존재일 뿐이며, 살아남기 위해 주어진 조건에서 최선이 아니라 차선, 차악뿐 아니라 최악까지 서슴지 않는 존재일 뿐이다.


이 세상에는 실패와 절망이란 없다. 실패와 절망이란 '생각'만 있을 뿐이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실패와 절망이라고 생각하는 그 사건에서 교훈을 얻으면 된다. 절망은 마음속에 자원이 없거나 부족하다는 생각에서 나온다. 

- 193쪽

실패라는 사실, 절망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우선 아닌가 싶은데. 너무 멀리 나아 간 듯 하다.


여섯번째, 기도와 명상이 영혼을 일깨우는 대안?

... 그러므로 경영자 스스로 마음 상태를 늘 점검하는 것이 중요하다. 경영자에게 가장 바람직한 마음 상태는 깨어있는 마음mindfulness이다.


기도와 명상을 통해 좀 더 깨끗한 영혼을 유지하면서 좌표와 지향점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삶의 정신적 토대가 굳건해진다. 이런 삶은 자율과 성장, 성취감과 행복감 속에서 영위된다. 그것만이 인간을 지속적으로 성숙하게 해준다. 경영자라면 더욱 투명한 영혼을 유지해야 한다. 혼자만의 삶이 아니라 수많은 구성원의 삶을 책임진 사람이기 때문이다.

- 345쪽


마지막으로

라캉Jacques Lacan이 말했던가, 문체는 그 사람 자신이라고. 경영학은 체험의 학문이다. 우리 사회에는 묘하게 교과서 냄새가 난다. 글쓰기에서 말하기까지. 자신의 주관적 경험이 배제도니 채 뼈다귀만 남은 논문 형식의 글쓰기가 판을 치고 있다. 진실이 사라진 채 윤리적 언어로 포장된 말하기가 난무하고 있다. 지식인들의 글쓰기와 말하기에서 특히 그런 냄새가 난다. 이 냄새가 빠져야 우리 사회는 발전한다.

- 4쪽

라캉이 누군인지 모른다. 라캉이 무슨 말을 했는지도 잘 모른다. "문체가 그 사람 자신이다"라는 말은 좋다. 라캉이 말했으면 출처에 대해서 확실하게 밝혀야지, 대략 그러던지 말던지라는 느낌의 선언을 하고 있다. '나는 라캉이 한 이 좋은 표현을 알고 있다.'는 느낌.

글쓴이는 "저자의 말"에서 자신에게 겨눠질 말이 될지도 모르는 말을 한다. 나는 이 책을 보면서 글쓴이의 "저자의 말"이 이 책을 잘 설명해주고 있다고 본다. 그 "냄새"가 어떤 향일지 모르지만, 글쓴이에게서 나는 냄새를 먼저 맡아보면 어떨까?


우리는 다리를 놓아가면서 그 다리를 건넌다.

- 퀸 Robert Quinn, 37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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