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생과 사의 수수께끼에 도전하다
:암과 생명에 관한 지적 탐구
다치바나 다카시, 청어람미디어
'인류는 과연 암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 걸까?
그것을 알고 싶었다.'
(다치바나 다카시)
다행스럽게 가족이나 친지 중에는 암때문에 고통받는 분이 없다. 그러나 작년 후배가 암에 걸려서 수술을 받고 항암치료를 마쳤다. 어떤 것도 도와줄 수 없다는 사실에 너무 무기력해졌다. 그러던 차에 도서관에 우연히 이 책을 발견하고 열심히 봤다. 이 책을 통해 조금은 "암"에 대해서 이해하게 되었지만,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암과는 거리가 먼 내용들이다.
글쓴이 다치바나 다카시는 일본의 유명한 잡지인 문예춘추에 글을 쓸 정도의 일본을 대표하는 지성인듯 하다(글쓴이가 누구인지 처음 알았다). 그가 낸 책들도 여러 권 번역되어 나와있다. 다치바나 다카시가 암에 걸리게 되어 암에 대해서 방송국과 함께 만든 암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책으로 옮긴게 "암, 생과 사의 수수께끼에 도전하다"이다. 그는 2007년 말 방광암 진단을 받고 바로 수술을 하고, 방송국의 제의로 과정을 화면에 담게 되어 다큐멘터리와 이 책이 나오게 된 배경이다.
이 책에 나오는 암은 우리가 알던 암하고는 거리가 있다. 이 책에 나오는 내용들이 최신의 견해라는 점이고 암 전문가들의 내용을 잘 정리했다는 느낌이다(어쩌면 소수의견일지도 모른다). 감수자인 "국립암센터 발암성연구과 과장 가정의학과전문의 명승권"님 또한 감수의 글에서 이 책의 내용과 전문성에 대해서 아래와 같이 써놓으셨다.
이 책은 암을 연구하는 입장에서도 깜짝 놀랄 만큼 전 세계적으로 저명한 암 전문가들의 견해를 응축하여 담아냈다. 한 마디로 암 발생기전에 대한 최신 지식과 암 환자로서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진솔하면서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게 잘 정리한 의학교양서라는 생각이 든다. 따라서 이 책을 자신 있게 독자들에게 추천하는 바이다.
- 20쪽
암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시점은 아마도 1970년대 였을 것이다. 어렸을 적 2000년이 되기 전에 암치료제가 나올 것이라는 미래 예측들이 신문에 오르내르기도 했다. 이 점에 대해서 글쓴이는 이렇게 쓰고 있다.
1971년 미국의 리처드 닉슨 대통령은 국가적 정책 목표로 '암 극복(War On Cancer)'을 내걸었습니다.
...
그로부터 어언 40년이 가까이 지났지만, 암 정복이란 골인 지점은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뿐만 아니라 암을 둘러싼 많은 수수께끼는 한층 난해해지고 암 연구는 혼미를 더해가는 것처럼 보입니다. 미국의 시사주간지 <뉴스위크(2008년 9월 15일)>가 암과의 전쟁을 총괄한 <우리는 암과 싸웠다. ... 그러나 승자는 암이었다(We Fought Cancer ... An Cancer Won)>라는 기사를 실었을 정도입니다.
- 25쪽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이 책은 다큐멘터리를 책으로 옮긴 것인데, 2009년 11월 23일 NHK에서 <다치바나 다카시의 암, 생과 사의 수수께끼에 도전하다>를 방송하고, 3차례나 재방송했다고 한다. 인터넷으로 다큐를 구하려고 노력했데 일본어를 몰라서인지 구할 수 없었다. 공중파에서 ㅜ리말을 입혀서 방송해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글쓴이는 "암은 유전자의 질병"이라고 정리한다. 조금 길지만 암에 대해서 간단히 요약 정리해본다(33쪽~37쪽)
암은 세포의 병입니다. 정상 세포가 미쳐버려 무한 증식 능력을 가진 암세포가 되는 병입니다. ... 세포가 필요 이상으로 증식하면 그 자리에 집적되어 혹 같은 세포덩어리가 됩니다. 그것이 종양입니다.
세포 증식이 어느 한계에 머물고 어떤 경계선 이상으로 늘어나지 않으면 종양입니다. 그러나 경계선을 넘어 종양이 계속 커지면 악성 종양, 즉 암이라 불립니다.
- 33쪽
암은 유전자의 병, DNA가 미쳐서 일어나는 병입니다. ... 세포 증식을 그렇게 조절하는 유전자에 이상이 생겨서 정상적인 사이클을 벗어나는 병이 암입니다. 이상 증식이 일어나면 자동적으로 제동이 걸려야 마땅한데, 그게 안 되는 병입니다.
- 34쪽
인간의 몸은 60조 개의 세포로 구성되어 있고, 각 세포는 그 사람의 특유의 세포 설계도인 DNA를 가지고 있습니다.
....
인체 기능의 태반은 유전자에 따라 결정되지만 일상 생활의 구체적 움직임은 그때 그때이 상황과 환경, 그리고 그 사람의 의지 결정이라는 세 가지 조건의 조합에 따라 융통성 있게 변해갑니다.
...
각 환자의 암이 암이 거치게 되는 대략적인 운명은 꽤 오래 전에 결정됐겠지만(대부분의 암은 눈으로 확인되는 증상이 나타나기 10~20년 전에 그 성질이 결정된다), 각 암 환자의 운명은 그 이후 환자의 의지 결정 그리고 육체가 처한 상황에 대한 대처 양상에 따라 얼마든지 변할 수 있습니다.
- 35쪽
... DNA의 복제 실수는 다양한 생리적 기능부전으로 발현됩니다. 그 가운데 가장 심각한 것이 암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암이 왜 생기는지 아직 충분히 해명되지 않았지만, DNA 복제 오류에 의한 변이의 축적이 최대 요인 가운데 하나라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로 여겨집니다.
- 37쪽
그리고 암과 암 치료, 암에 대한 정보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을 해줍니다.
발견할 수 없는 미세전이 - 37쪽
암세포가 정상 세포를 마치 투명 망토처럼 이용해서 검진의 눈초리를 피하는 현상 - 40쪽
암의 약제내성 - 41쪽
암은 사람마다 판이하게 다르다 - 44쪽
발암 물질설과 바이러스설 - 59쪽
암과 코흐의 4원칙과 관계 - 60쪽
... 그외에도 많은 내용들이 있습니다.
최근 빠르게 알려진 사실이지만, 개개의 암, 개개인의 암은 놀랄 정도로 다 다릅니다. 암은 지나칠 정도로 개성이 강합니다.
- 44쪽
왜 그렇게 제각각이냐 하면, 암이라는 질병은 본질적으로 그 사람의 유전자에 축적된 변이에 의해 생기기 때문입니다. 그 변이의 축적은 그 사람의 개성 자체라고나 할까, 그 환자 개인의 역사를 반영하는 것입니다. 개개인이 다 다른 인생길을 걸어왔듯이 개개인의 암도 서로 다른 인생의 반영입니다.
- 45쪽
암은 그 사람의 DNA에 많은 변이가 축적되고, 그 변이와 변이 사이에 많은 연결이 이뤄지면서 발병합니다. 암이 유전자 변이의 축적으로 일어난다는 것은 이전부터 관념적으로 알고 있었지만, 변이가 이렇게 많은 거라고 상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변이의 수는 사례마다 다르지만 많은 경우는 환자 당 수십만 개에 이릅니다.
유방암세포의 유전자 이상 지도
(제공:영국 생어연구소)
- 48쪽
암이 유전자 변이의 축적에 의한 것이라는 설명과 함께 같은 종류의 암을 앓고 있는 유방암 환자 6명의 유전자 지도를 보여준다.
... 척 보면 알 수 있겠지만, 모두들 달라도 너무 다릅니다. 이것을 보면 암은 환자마다 다르다는 것을 의문의 여지 없이 알 수 있습니다.
- 51쪽
유방암 환자 6명이 가진 암세포의 유전자 이상 지도
(제공: 영국 생어연구소)
- 52쪽
(사진을 직접 생어연구소에서 다운받아와 싣습니다. 책에는 6명의 흑백사진이고, 첨부한 이미지는 24명의 컬러사진입니다.)
Broken genomes behind breast cancers
http://www.sanger.ac.uk/about/press/2009/091223.html
암이란 애초에 무엇인가 하는 근본적인 사실을 우리는 아직 파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꿈의 식약 등장'이니 '꿈의 치료법 등장'이니 하며 시끌벅적하게 등장했다가 잠시 후 그 신약이나 치료법의 부정적인 측면이 밝혀져 희망이 허망하게 시들어가곤 했습니다. 암 의료의 역사는 그 반복이었습니다. 그것을 이 프로그램은 냉정하게 전했고, 왜 그랬는지도 거듭 전했습니다.
냉정하게 보면 인류는 암 극복을 향해 한 발 한 발 나아가고 있기보다는, 암을 극복하는 것이 왜 어려운지를 이제야 알아가는 중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암 환자는 점점 늘어가고, 암은 사망 원인의 으뜸 자리에서 떨어질 것 같지도 않습니다.
- 99~100쪽
암과 관련하여 최신 의학계 소식과 여러 가지 정보들을 잘 정리한 책이다. 글쓴이가 암에 걸려서 치료받은 경험이 들어있어 암 치료에 대한 정보도 많이 있다.
대부분의 성인들은 암이라는 존재에 대해서 암 보험을 들어 대비하고 있다. 그런데 암이 "오래동안 진행된 유전자 변이"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하루 하루 좋은 습관과 좋은 식습관을 통해서 막는 게 최선인 듯 하다. 건강을 생각하고 염려하는 분이라면 꼭 읽어볼 만한 책이라 생각한다.
'책속으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서드 에이지, 마흔 이후 30년 (0) | 2013.04.19 |
---|---|
정보정리의 기술 (0) | 2013.04.18 |
미국인은 왜 뚱뚱한가? (0) | 2013.04.16 |
돈 버는 선택 돈 버리는 선택 (0) | 2013.04.14 |
나는 당신을 만나기 전부터 사랑했습니다 - 이태석 신부 이야기 (0) | 2013.04.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