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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으로

미국인은 왜 뚱뚱한가?






미국인은 왜 뚱뚱한가?

:미국으로부터 시작된 세계발 비만을 통해 한국의 비만을 진단하다!!

이노세 히지리, 작은책방


가끔 영화나 뉴스를 통해서 보는 미국에 고도비만인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보고 이상하다 싶었다. 미국의 고도비만은 남,녀, 백인, 흑인을 가리지 않고 꽤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대략적으로 미국의 고도비만의 원인은 알고는 있었지만, 제대로 된 정보를 얻을 수가 없었는데, 도서관에서 우연히 이 책을 보고 바로 빌려 보았다. 


"미국인은 왜 뚱뚱한가?" 는 다양한 이야기와 자료를 바탕으로 쓴 책이다. 글쓴이가 일본인이어서 그럴까, 한 우물을 파는 집념의 자세가 보인다. 글쓴이는 미국에서 5년간 근무한 경험이 있는 일본인 기자인데, 와인 전문가이기도 한다고 하다. 미국에서 지나치며 보았던 많은 사람들을 그냥 하나의 풍경의 보아 넘기지 않고, 미국인이 뚱뚱한 이유를 계속해서 찾아서 정리한 집념은 배워야 겠다.


글쓴이는 미국에서 기자 생활을 하면서 미국의 자본주의 산업 동향을 전송하면서 다양한 소식과 정보를 접해서, 어떻게 미국형 자본주의가 비만을 가속화시켰는지를 천천히 설명해준다. 그리고 이런 비만화에 대항하면서 개선하기 위한 사람들의 노력도 소개한다.


'비만 문제를 어떻게든 해결하지 않으면 조만간 9.11을 비롯한 다른 어떤 테러 공격도 비만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어 버릴지도 모른다.'

- 26쪽


미국에서 학교급식법이 제정된 배경에는 전쟁이 있다. 미국은 제2차 세계 대전에서 압도적인 군사력을 보였지만 사실 당시 젊은이들 사이에 영양실조가 만연하였기 때문에 징병이 원핳하지 않다는 문제를 안고 있었다. 입대를 거부당한 젊은이의 40퍼센트 이상이 영양에 문제가 있었던 것이다.

- 118쪽


미국은 60년만에 군대 입영자의 영양에 관해서 정반대의 상황이 되었다. 1940년대는 영양실조가, 2010년대에는 비만이 문제가 되다니, 역사란 이런 것인가.


이 책은 한 번쯤 가보고 싶은 "디즈니랜드"의 어트랙션 <스몰월드>라는 놀이기구를 1년이 대대적인 개장을 거쳐 문을 열었다는 사실을 미국의 비만이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지 알려준다.


'스몰월드에서는 과체중의 고객 때문에 보트가 잠기면서 수로의 밑바닥에 걸려 움직이는 않는 사태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 13쪽


놀이기구의 노후화나 새 단장이 아니라, 자주 보트 밑바닥이 수로에 걸려서 수로를 깊이 더 파내는 공사를 했다고 한다. 


40년 전에 스몰월드를 설계한 디즈니랜드의 기술자들도 이후의 미국인이 이토록 뚱뚱해질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 14쪽


글쓴이는 이렇게 흥미로운 사건들을 통해서 미국인이 얼마나 뚱뚱해졌으며, 그로 인해 어떤 일들이 벌어지는가를 있는 그대로를 보여준다.


미국의 비만에 대한 현재 상황은 "들어가는 글"에 잘 나와있다.


미국에서는 지금 비만이 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국민의 3분의 1이 비만이고 나머지 3분의 1은 비만 예비군이라는 진단을 받고 있으며, 보통 체형이 사람은 전인구 중 불과 3분의 1밖에 되지 않는 기이한 사태에 놓여 있다.


미국인 사망요인 제1위는 심장질환이지만, 그 최대 원인은 비만이다. 비만은 그 외에도 당뇨병과 암, 천식 등 수많은 질병을 초래하는 방아쇠 역할을 도맡고 있다.

- 8쪽



... 미국에서는 체중 100킬로그램, 200킬로그램을 훌쩍 넘는 평범한 비만을 초월한 '초비만'이라 불리는 사람들이 더 이상 드문 존재가 아니다. 이런 초비만의 사람들은 정부의 통계에서는 흔히 '병적 비만'이나 '극도 비만'이라 불린다. 체질량지수로 말하면, 지수가 40이상인 사람이다.

미국 내의 성인 인구 중 초비만이 6퍼센트 전후에 달하면서, 사회에서 각종 문제를 일으키기 시작했는데 그 으뜸이 구급의료 현장이다.

- 32쪽


미국은 이제 그냥 고도비만이 아니라, 초고도비만의 사회로까지 들어서고 있나 보다. 가끔씩 외신에서 나오는 너무 무거워 크레인으로 환자를 옮긴다는 뉴스가 나오는데, 초고도비만 인구가 6퍼센트라니. 


미국의 비만 인구와 통계는 "숫자로 본 미국의 비만화"라는 제목에서 자세히 나와있다(35~38쪽). 미국의 비만율 추이는 그래프로 잘 정리되어 있는데, 37쪽에 있다. 


글쓴이는 미국의 비만이 풍요가 아니라 "빈곤" 때문이라는 충격적인 사실을 이야기한다. 우리는 비만이 부유하거나 풍요로와서 좋은 음식을 많이 먹어서 생긴다고 생각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빈곤이 비만의 시작"이라고 이야기한다. 글쓴이는 "카트리나"부터 히스팩닉 이주민, 인디언, 패스푸드를 통해서 왜 빈곤이 비만의 시작인지 증명을 시도한다.


푸드의 사막화, 미국에서 최근 주목받고 있는 말이다. 주로 대도시의 중심부 근처에는 신선한 야채와 과일을 판매하는 슈퍼마켓이 없어 주민들은 패스트푸드와 같은 정크푸드로 일상의 끼니를 해결할 수밖에 없는 지역 또는 그 상태를 가리키는 말.

- 67쪽


지금에 와서 알게 된 것이지만, 당시 미국 사회에 급속하게 확산되었던 외식화는 새로운 생활 스타일이었다. ... 집에서 요리하는 횟수가 줄고, 대신 밖에서 식사를 하거나 포장해온 음식으로 끼니를 해결하는 것! 이것은 결과적으로, 미국인의 비만화를 가속시킨 사회적인 일대 변화였다.

- 85쪽


미국 드라마를 보면 집에서 음식을 하기보다는 대부분 포장 음식을 사와 먹는다. 좀 제대로 먹는다 싶으면 냉동식품들을 녹이고 덥혀 먹는 수준이다. 이것이 미국인의 비만화를 가속시킨 일대 변화였다니. 


저널리스트 엘렌 러펠 쉘은 <배고픈 유전자: 비만에 관한 유전학적 보고서>에서 스타벅스의 화이트 초콜릿 모카의 인기에 대하여 '커피 특유의 산뜻한 쓴맛의 자극은 감쪽같이 제거되었다. 그래서 사랑받는다'고 적고 있다. 더불어 '단맛에 대한 기호는 구미인의 혀에 지울 수 없을 만큼 깊이 각인되어 여기서 벗어나고자 하는 의식을 능가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 101쪽


이어서 미국에서 심각해지고 있는 아동 비만의 실상을 전해준다. 책에 따르면 미국에서 아동 비만은 크게 부실한 학교 급식, 설탕음료(청량-탄산음료로 포장한)를 파는 음료회사, 패스트푸드, 도시락을 준비하기 힘든 맞벌이, 외부모 가정의 증가 등등.. 오죽하면 학교에서 성적표와 함께 "비만 통신표"를 보낸다고 한다. 한 가지 특징적인 것은 미국 학교에서 콜라-펩시 자판기가 증가한 것이 80년대 학교에 대한 지원금이 줄면서, 자금을 확보하기 위한 학교와 새로운 판로를 모색하던 콜라-펩시 등의 대형 음료수 회사와 이해가 맞았던 점이다. 그 시점은 미국이 신자유화를 외치며 경쟁을 도입하면서 소득의 격차가 벌어지고 빈곤이 늘어나는 시기와도 맞물린다는 점이다.


이 책의 마지막 부분은 미국에서 시작된 비만이 세계를 덮치고 있고, 비만화의 물결이 일본과 한국으로 전달되고 있다고 경보를 울린다. 주요국의 비만율(200쪽)을 보면 한국과 일본은 비만율 3.x% 대로 매우 적은 수치이긴 하지만, 식사가 자꾸 미국화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미국의 비만 문제는 결코 강 건너 불이 아니다. 모든 것이 세계화하고 있다. 미국의 비만 문제는 반드시 일본에도 찾아온다. 아니, 이미 서구화된 식사나 패스트푸드점의 진출이라는 형태로 찾아와 있지만, 더 거대한 파도가 일본을 덮칠 것이 틀림없다.

- 238쪽


글쓴이는 아주 중요한 비만에 대한 경제학적인 통찰을 보여준다.

돈이 없으면 음식의 선택지도 한정된다. 가장 먼저 선택하는 것이 값싸고 고열량에 영양가가 낮은 정크푸드다. 그것은 경제학적으로는 매우 합리적인 선택이다. 동시에 비만을 초래하는 금단의 선택이기도 하다.

- 228쪽


이 책의 한 가지 흠은 편집이 허술하다. 보다보면 단어가 생략되었거나 편집으로 인해 후반 내용이 사라진 장(120쪽) 등이 나타난다. 좋은 책에 좀 더 신경을 썼다면 좋았을 텐데, 아쉽다.